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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4. 04. 19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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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똥 한 덩이의 오딧세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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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쓴이: 김용호 날짜: 2020.10.23. 22:59:17 추천: 2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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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시: 김추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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똥 한 덩이의 오딧세이
김추인
하늘이 새의 영역이듯
흙은 박테리아의 집이라는 것
스스로 길을 내어 식구를 불리고 먹이다툼을 한다는 것 크기
나 모양, 높이나 깊이에 연연치 않고 개체 수를 불려간다는 것,
사십오억 년을 고수해온 박테리아의 전략이라는 것
붉다거나 푸르다거나 진하다거나 좀 연한 포자들의 색과
형질로 나와 나 아닌 것을 식별한다는 것
뿌리라는 지하생활자, 쉼 없이 머릴 흔들어
흙 속 물길을 찾아간다는 것
(흙에서 온 나, 어느 한 때 번성하다 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만
뉘 먹이가 되다가 해체되다가 어느 목숨 길로 들어
생애의 새 판을 짤 것입니다만)
벌새든 쇠오리든 해오라기든
개망초든 줄풀이든 홀아비바람꽃이든
저 황금이든 지푸라기든 똥이든
나 아닌 것이 없고 사랑하거나 밥이 되거나 죽사리치며 포개고 사는
우리는 흙에서 왔다는 것
하나의 씨알이 꽃피려고
만 번을 미워하고 천 번을 사랑한다는 것
출처 : 《모던포엠》(2020 10월호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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